“사장님, 재료비가 30%나 올랐는데 가격을 1,000원만 올려도 될까요? 손님 다 떨어질까 봐 무서워요.”
많은 자영업자 사장님들이 인건비와 식자재값 상승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정작 메뉴판 가격은 건드리지 못하고 속만 끓입니다. 하지만 장사가 잘되는 소위 ‘대박집’이나 대형 프랜차이즈의 메뉴판을 자세히 보신 적 있나요?
그들은 가격을 무작정 올리는 하수(下手)의 방법을 쓰지 않습니다. 대신, 손님이 기분 좋게 더 비싼 메뉴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고수(高手)의 심리학을 사용합니다. 이것이 바로 ‘메뉴 엔지니어링(Menu Engineering)’입니다.
지난 글에서 자영업자 건강보험료를 반으로 줄여 고정비를 아끼는 법을 통해 새어 나가는 돈을 막는 ‘수비’를 했다면, 오늘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메뉴판 수정만으로 객단가와 순수익을 극대화하는 ‘공격’ 전략을 알아봅니다.
단순한 가격표가 아닌, 사장님을 대신해 24시간 영업을 뛰는 ‘무언의 세일즈맨’, 메뉴판 디자인에 숨겨진 6가지 비밀을 공개합니다.
1. 뇌를 속이는 가격의 기준점, ‘앵커링 효과(Anchor Effect)’
손님은 우리 가게의 파스타가 18,000원인 것이 싼지 비싼지 ‘절대적인 가치’를 알지 못합니다. 오직 메뉴판에 있는 다른 메뉴들과의 ‘비교’를 통해 판단합니다.
8만 원짜리 랍스터가 3만 원짜리 스테이크를 판다
만약 메뉴판에 가장 비싼 메뉴가 3만 원짜리 스테이크라면, 손님은 “여긴 좀 비싸네”라며 1만 5천 원짜리 파스타를 시킵니다. 하지만 메뉴판 최상단에 8만 5천 원짜리 랍스터 플래터를 적어두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손님의 심리: “와, 8만 5천 원은 너무 비싸다. 어? 근데 스테이크는 3만 원밖에 안 하네? 이 정도면 합리적인데? 기분 좀 내볼까?”
- 결과: 8만 원짜리 메뉴는 팔리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것은 단지 3만 원짜리 주력 메뉴(Target)를 싸게 보이게 만드는 ‘닻(Anchor)’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Action Plan]
- 우리 가게에서 가장 비싼 ‘미끼 메뉴’를 하나 개발하여 메뉴판 맨 위, 혹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하세요. 팔릴 것을 기대하지 말고, 다른 메뉴의 가격 저항을 없애는 용도로 사용하세요.
2. ‘돈(Money)’의 고통을 지워라: 화폐 기호 삭제
코넬대학교 호텔경영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메뉴판에서 화폐 단위(₩, $, 원)를 삭제했을 때 매출이 평균 8.15% 상승했다고 합니다.
‘지불의 고통(Pain of Paying)’ 줄이기
인간의 뇌는 화폐 기호(‘원’, ‘₩’)를 보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내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 고통’을 느낍니다. 이 고통을 최소화해야 지갑이 열립니다.
- Worst (최악): 삼겹살 …….. 15,000원 (가독성은 좋으나 돈 쓰는 느낌이 강함)
- Bad (나쁨): 삼겹살 …….. ₩15,000
- Good (좋음): 삼겹살 …….. 15000 (숫자만 표기)
- Best (최고): 삼겹살 …….. 15.0 (천 단위 절사 및 소수점 표기)
[Action Plan]
- 지금 당장 메뉴판에서 ‘원’ 글자와 ‘콤마(,)’를 모두 지우세요. 15,000원은
15.0혹은15로 표기하세요. 가격이 돈이 아닌 단순한 ‘숫자 포인트’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3. 손님의 눈길을 훔치는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
손님이 메뉴판을 펼쳤을 때 시선이 이동하는 경로에는 정해진 법칙이 있습니다. 이 명당자리에 무엇을 배치하느냐가 오늘 하루 매출을 결정합니다.
시선의 이동 경로
- 중앙: 메뉴판을 펼치자마자 가장 먼저 보는 곳.
- 우측 상단: 시선이 가장 빠르고 편안하게 이동하여 오래 머무는 곳 (최고 명당).
- 좌측 상단: 마지막으로 훑어보는 곳.
[Action Plan]
- 우측 상단(Right-Top): 마진율이 가장 높고 사장님이 제일 팔고 싶은 ‘효자 메뉴(Star)’를 배치하세요. 여기에 박스(Box) 테두리를 치거나
Best,Chef's Choice아이콘을 붙이면 주문율이 폭발합니다. - 중앙: 시즌 메뉴나 신메뉴를 배치하여 호기심을 자극하세요.
- 좌측 하단: 가격이 저렴한 사이드 메뉴나 음료 등을 배치하세요.
4. ‘김치찌개’는 안 팔려도 ‘3일 숙성 묵은지 찌개’는 팔린다
단순한 메뉴 이름은 식욕을 자극하지 못합니다. 일리노이 대학교의 연구 결과, 형용사가 풍부하고 구체적인 설명(Descriptive Labeling)이 붙은 메뉴는 매출이 27% 더 높았고, 고객 만족도 또한 높았습니다.
스토리텔링의 3요소
- 지리적 출처: 제주 흑돼지, 횡성 한우, 의성 마늘, 신안 천일염.
- 추억과 향수: 할머니가 끓여주던, 옛날 방식 그대로, 장독대 숙성.
- 감각적 묘사: 겉바속촉, 육즙 가득한, 입안에서 녹는, 아삭아삭한.
- 변경 전: 돈까스 (10.0)
- 변경 후:100시간 저온 숙성해 육즙이 가득한 제주 흑돼지 등심 돈까스 (12.0)
- 설명이 길어지면 고객은 그 메뉴를 읽으면서 맛을 상상하게 되고, 2천 원 더 비싼 가격을 기꺼이 ‘품질 비용’으로 인정하게 됩니다.
5. 메뉴의 4분면 분석: 스타, 소, 개, 퍼즐
메뉴 엔지니어링의 핵심은 ‘분석’입니다. 우리 가게의 모든 메뉴를 수익성(마진)과 인기도(판매량)를 기준으로 4가지로 분류하고 처방을 내려야 합니다.
| 분류 | 특징 | 인기도 | 수익성(마진) | 사장님의 대응 전략 |
|---|---|---|---|---|
| 스타 (Star) | 효자 상품 | 높음 | 높음 | 메뉴판 가장 좋은 자리(우측 상단) 배치, 사진 강조, 절대 가격 건드리지 말 것. |
| 소 (Plowhorse) | 미끼 상품 | 높음 | 낮음 | 많이 팔리는데 남는 게 없음. 가격을 살짝 올리거나, 재료 양을 조절해 원가를 낮춰 스타로 만들어야 함. |
| 퍼즐 (Puzzle) | 숨은 보석 | 낮음 | 높음 | 팔면 많이 남는데 안 팔림. 이름이 문제거나 맛이 문제. 메뉴명을 바꾸거나 직원 추천 유도. |
| 개 (Dog) | 골칫덩이 | 낮음 | 낮음 | 과감히 메뉴판에서 삭제. 재고 관리 비용만 갉아먹는 주범. |
6. 선택의 역설: 메뉴가 많으면 오히려 안 팔린다
“손님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이것은 자영업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입니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잼(Jam) 실험’에 따르면, 24가지 잼을 진열했을 때보다 6가지 잼을 진열했을 때 구매율이 10배 더 높았습니다.
- 원리: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뇌는 결정을 내리는 데 스트레스를 받고(Analysis Paralysis), 결국 “다음에 올게요”라며 구매를 포기하거나 가장 싼 메뉴를 고릅니다.
- 전략: 한 카테고리(예: 파스타, 찌개류) 당 메뉴는 7개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Dog(개)’ 등급의 메뉴를 쳐내고 메뉴판을 심플하게 만드세요. 그것이 전문성 있어 보이고 회전율도 높입니다.
메뉴판은 과학입니다
많은 사장님이 인테리어에는 수천만 원을 쓰면서, 정작 돈을 벌어다 주는 메뉴판은 인쇄소에서 공짜로 해주는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오늘 당장 A4 용지와 펜을 꺼내 우리 가게의 메뉴를 4분면으로 나누어 보세요. 그리고 원 표시를 지우고, 미끼 상품을 배치하여 새로 프린트해 보세요. 내일부터 찍히는 포스기(POS)의 객단가 숫자가 달라질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메뉴판을 정비하여 객단가를 높였으니, 이제 한 번 온 손님을 영원한 단골로 만드는 CRM 마케팅의 끝판왕, “돈 안 드는 문자 발송? 카카오톡 채널(플러스친구)을 활용해 재방문율을 200% 높이는 쿠폰 마케팅 전략”에 대해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비싼 배달 앱 깃발보다 강력한 ‘내 손님 관리법’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