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채용할 때는 반갑지만, 떠나보낼 때는 돈 문제가 얽히기 마련입니다. 특히 ‘퇴직금’은 액수가 크기 때문에 서로 얼굴을 붉히며 고용노동부 진정(신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많은 사장님이 “주 15시간 미만으로 쪼개서 일했는데 줘야 하나요?”, “각서 쓰고 퇴직금 없기로 합의했는데요?”라고 묻지만, 퇴직금은 강행 규정이라 당사자 간의 합의가 법보다 우선하지 않습니다. 즉, 법적 요건을 갖췄다면 무조건 줘야 하고, 안 주면 임금체불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됩니다.
오늘은 사장님이 억울하게 범법자가 되지 않도록, 정확한 퇴직금 지급 기준과 계산 방법, 그리고 달라진 지급 절차(IRP)를 매뉴얼로 정리해 드립니다.
1. 퇴직금 지급의 법적 요건 (Who?)
모든 직원이 퇴직금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아래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만 지급 의무가 발생합니다.
- 계속 근로 기간 1년 이상: 입사일로부터 퇴사일까지의 기간이 만 1년(365일) 이상이어야 합니다. (수습 기간도 포함됩니다).
- 4주 평균 주 소정근로시간 15시간 이상: 일주일 근무 시간이 평균 15시간 이상이어야 합니다.
- 주의: 만약 15시간 이상인 주와 미만인 주가 섞여 있다면, 전체 기간을 평균 내어 판단합니다. ‘초단시간 근로자(주 15시간 미만)’는 1년을 넘게 일해도 퇴직금 의무가 없습니다.
2. 알바생과 3.3% 프리랜서도 줘야 하나요?
가장 분쟁이 많은 부분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질적으로 근로자처럼 일했다면 줘야 합니다.”
- 아르바이트: 4대보험 가입 여부와 상관없습니다. 1년 이상, 주 15시간 이상 일했다면 무조건 줘야 합니다. “4대보험 안 드는 대신 퇴직금 없다”는 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 3.3% 프리랜서: 계약서 이름이 ‘용역계약서’이고 세금을 3.3% 뗐더라도,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사장님의 업무 지시를 받으며 사실상 직원처럼 일했다면 노동청은 이를 ‘근로자’로 인정합니다. 이 경우 밀린 퇴직금을 모두 지급해야 합니다.
3. 퇴직금 계산 방법: ‘평균임금’의 마법
퇴직금은 대충 주는 위로금이 아닙니다. 정확한 공식이 있습니다.
[퇴직금 = 1일 평균임금 × 30일 × (재직 일수 ÷ 365일)]
여기서 핵심은 ‘평균임금’입니다. 평균임금이란 퇴사일 이전 3개월 동안 지급된 임금 총액을 그 기간의 총 일수(89일~92일)로 나눈 금액을 말합니다.
- 포함 항목: 기본급뿐만 아니라 식대, 직책수당, 정기 상여금, 연차수당 등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모든 금품이 포함됩니다.
- 퇴직 직전 급여 관리: 퇴직 직전 3개월 급여가 평소보다 높으면 퇴직금도 올라가고, 낮으면 퇴직금도 줄어듭니다.
4. 지급 기한 및 IRP 계좌 입금 의무화 (Important)
퇴직금은 직원이 퇴사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해야 합니다. (당사자 간 합의로 연장은 가능). 14일을 넘기면 연 20%의 지연 이자가 붙고,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신고당할 수 있습니다.
[지급 방법의 변화: IRP 계좌]
과거에는 직원 월급 통장으로 바로 쏴줬지만, 2022년 4월부터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입금하는 것이 의무화되었습니다.
- 대상: 퇴직금을 받는 모든 근로자. (단, 만 55세 이상이거나 퇴직금이 300만 원 이하인 경우는 예외적으로 일반 통장 지급 가능).
- 절차: 직원이 은행에서 IRP 계좌를 개설해 통장 사본을 가져오면, 사장님은 그 계좌로 퇴직금을 세전 금액(세금 떼지 말고) 전액 이체해야 합니다. 세금(퇴직소득세)은 직원이 나중에 연금을 깰 때 은행이 알아서 뗍니다.
5. 퇴직금 중간 정산: 함부로 해주면 무효?
직원이 “급해서 그러는데 퇴직금 미리 땡겨주세요(중간 정산)”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법정 사유가 아니면 중간 정산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 가능한 사유: 무주택자의 전세금/주택 구입 자금, 본인/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비, 파산 선고 등.
- 리스크: 단순 생활비 목적으로 중간 정산을 해주면, 나중에 퇴직할 때 “그건 중간 정산이 아니라 그냥 보너스였다”라며 퇴직금을 또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은 중간 정산은 무효이기 때문입니다.
6. 퇴직연금 제도 (DC형 vs DB형)
목돈이 나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달 은행에 적립하는 ‘퇴직연금’ 가입을 추천합니다.
- DB형 (확정급여형):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 직원은 퇴직 시 ‘평균임금’ 기준으로 법정 퇴직금을 보장받음. (임금 인상률이 높은 기업에 유리).
- DC형 (확정기여형): 회사가 매달 급여의 1/12을 직원의 퇴직연금 통장에 꽂아줌. 운용 책임은 직원에게 있음. (소규모 사업장에 강력 추천).
- 장점: 매달 1/12씩 입금하면 사장님의 퇴직금 지급 의무는 끝납니다. 나중에 월급이 올라도 과거 기간에 대해 소급할 필요가 없어 관리가 편합니다.
퇴직금 지급 전 필수 체크리스트 10
- [ ] 근속 연수 확인: 입사일부터 퇴사일까지 정확히 365일(1년) 이상인가? (수습 포함)
- [ ] 근로 시간 확인: 4주 평균 주 15시간 이상 근무했는가?
- [ ] 평균임금 산정: 퇴사 전 3개월간의 임금 총액(수당 포함)을 정확히 합산했는가?
- [ ] 상시 근로자 수: 5인 미만 사업장도 퇴직금 지급 의무가 있음을 인지했는가? (전 사업장 적용)
- [ ] IRP 계좌 확보: 직원에게 본인 명의 IRP 계좌 사본을 받았는가? (300만 원 초과 시)
- [ ] 지급 기한 준수: 퇴사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할 자금을 마련했는가?
- [ ] 중간 정산 사유: 직원이 중간 정산을 요구할 때 법적 사유에 해당하는지 서류로 확인했는가?
- [ ] 4대보험 상실 신고: 퇴직금 지급과 함께 4대보험 상실 신고(퇴사일 다음 날)를 준비했는가?
- [ ] 원천징수 영수증: 퇴직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을 발급하여 직원에게 주었는가? (IRP 지급 시 생략 가능하나 보관 필요)
- [ ] 퇴직연금 납입: (가입 사업장) 연체된 부담금 없이 모두 납입했는가?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알바생이 11개월 일하고 그만뒀는데, 사장님이 해고한 거면 줘야 하나요?
A. 아니요. 해고든 자진 퇴사든 1년(365일)을 채우지 못하면 퇴직금 지급 의무는 없습니다. 단, 5인 이상 사업장에서 부당 해고를 다투는 문제는 별개입니다.
Q2.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해서 줬습니다. (퇴직금 쪼개기)
A. 무효입니다. 월급과 퇴직금은 엄격히 분리되어야 합니다. 매달 월급에 포함해서 줬더라도, 퇴직할 때 법정 퇴직금을 다시 지급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준 돈은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으로 돌려받아야 하는데 절차가 복잡합니다).
Q3. 수습 기간 3개월 동안은 월급의 90%만 줬는데, 이 기간도 포함되나요?
A. 네, 포함됩니다. 수습 기간도 근로 계약 기간이므로 퇴직금 산정 기간(1년)에 당연히 포함됩니다.
Q4. 가족(배우자, 자녀)도 퇴직금을 줘야 하나요?
A. 동거하는 친족은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지 않아 의무가 없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다른 직원과 똑같이 근무하고 급여를 받았다면 지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5. 폐업해서 돈이 한 푼도 없는데 어떡하죠?
A.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체불 임금 등을 지급하는 ‘대지급금(구 체당금)’ 제도가 있습니다. 직원이 노동청에 신고하고 절차를 밟으면 국가에서 일정 한도 내에서 대신 지급해 줍니다. (물론 나중에 국가가 사장님께 구상권을 청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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