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법은 “누가 먼저 장사를 시작했느냐(선사용)”보다 “누가 먼저 특허청에 찜했느냐(선출원)”를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맛집으로 소문나서 이제 막 프랜차이즈 확장을 꿈꾸던 사장님이, 상표권 하나 때문에 하루아침에 가게 이름을 뺏기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지난 글에서 정부 지원금으로 가게 시설을 업그레이드하는 법을 다뤘다면, 오늘은 그 소중한 간판(브랜드)을 법적으로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드는 ‘지식재산권’ 방어 전략을 심층 분석합니다.
1. 치명적인 오해: “사업자등록증 있으면 내 거 아닌가요?”
자영업자 10명 중 9명이 하는 가장 위험한 착각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업자등록증은 상호 보호 기능이 ‘전혀’ 없습니다.
사업자등록 vs 상표권 등록
- 사업자등록 (관할 세무서): “나 장사해서 세금 낼게요”라는 신고입니다. 관할 지역(시/군/구) 내에서만 동일 상호가 없으면 받아줍니다.
- 예시: 서울 강남구의 ‘대박치킨’과 부산 해운대구의 ‘대박치킨’은 사업자등록 상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 상표권 등록 (특허청): “이 이름은 전국에서 나만 쓸 수 있습니다”라는 독점적 권리(소유권)입니다.
- 효력: 상표권자가 되면, 서울이든 부산이든 내 허락 없이 ‘대박치킨’이라는 간판을 건 사람을 고소할 수 있습니다.
즉, 사장님이 사업자등록을 5년 먼저 했더라도, 어제 개업한 옆 가게가 특허청에 ‘상표권’을 먼저 등록해 버리면, 법적으로 그 이름의 주인은 옆 가게가 됩니다. 이것이 악질적인 ‘상표 사냥꾼’들이 노리는 허점입니다.
2. 특허청이 거절하는 이름 (작명의 기술)
“그럼 무조건 신청하면 다 받아주나요?” 아닙니다.
특허청 심사관은 꽤 까다롭습니다. 신청했다가 돈만 날리고 ‘거절(Reject)’당하지 않으려면, 아래 3가지 유형은 피해야 합니다.
① 식별력이 없는 단어 (보통명사)
- 예시: ‘맛있는 김밥’, ‘최고 피자’, ‘원조 족발’
- 이유: 누구나 쓸 수 있는 단어에 독점권을 줄 수 없습니다. ‘애플(Apple)’도 사과 장사한테는 상표를 안 내주지만, 컴퓨터 회사(애플)에는 내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② 지명이 들어간 이름 (현저한 지리적 명칭)
- 예시: ‘서울 깍두기’, ‘수원 갈비’, ‘전주 비빔밥’
- 이유: 지역 이름은 누구 한 사람이 독점할 수 없습니다. (단, ‘서울’ 뒤에 아주 독특한 단어를 붙이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③ 이미 비슷한 이름이 있는 경우 (유사 상표)
- 완전히 똑같지 않아도 발음이 비슷하거나 외관이 비슷하면 거절됩니다. (예: 스타벅스 vs 스타박스)
3. 내 이름이 안전한지 확인하는 법 (키프리스 검색)
변리사에게 전화하기 전에, 사장님이 직접 1분 만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KIPRIS)’를 활용하세요.
- 접속: 네이버에 ‘키프리스’ 검색 또는
kipris.or.kr접속. - 메뉴: 상단 메뉴에서 [상표] 클릭.
- 검색: 검색창에 사장님 가게 이름을 입력하세요.
[검색 결과 해석]
- 결과 없음: 축하드립니다! 아직 주인이 없습니다. 당장 등록하러 가세요.
- 등록 (Live): 이미 주인이 있습니다. 해당 상표권자의 업종(상품류)을 확인하세요. 만약 요식업(43류)으로 등록되어 있다면, 사장님은 그 이름을 쓰면 위험합니다.
- 거절 (Refused): 누군가 시도했다가 빠꾸(?)먹은 이름입니다. 사장님도 신청하면 거절될 확률이 높습니다.
4. 실전 등록 가이드: 43류가 뭔가요?
상표를 등록할 때는 ‘어떤 카테고리’에서 독점할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이것을 ‘상품류’라고 합니다.
- 제43류 (필수): 식당업, 카페, 주점 등 ‘음식점 서비스’ 자체. 요식업 사장님은 무조건 이걸 등록해야 합니다.
- 제30류 (선택): 빵, 과자, 커피 원두 등 ‘제품’을 판매할 경우. (밀키트나 원두 납품을 계획 중이라면 추가 등록 필요)
※ 팁: 보통 1개 류당 비용이 발생하므로, 일반 식당이라면 43류 하나만 먼저 등록해도 충분합니다.
5. 비용과 방법: 셀프 vs 전문가
상표권은 출원(신청)부터 등록까지 약 1년 ~ 1년 6개월이 걸리는 긴 싸움입니다.
| 구분 | 셀프 출원 (특허로) | 온라인 대행 (마크인포 등) | 오프라인 변리사 사무소 |
|---|---|---|---|
| 비용 | 약 25~30만 원 | 약 40~50만 원 | 약 70~100만 원 |
| 장점 | 가장 저렴하다. | 간편하고 빠르다. | 상담이 디테일하다. |
| 단점 | 절차가 복잡하고 어렵다. | 거절 시 대응이 제한적일 수 있다. | 비용이 비싸다. |
| 추천 | 시간 많고 공부할 의지 있는 사장님 | 일반적인 자영업자 (가성비) | 분쟁이 예상되거나 대기업 |
6. 만약 내용증명을 받았다면?
너무 당황하지 마세요. 내용증명 자체는 법적 효력이 있는 명령서가 아니라 “나 화났으니 조심해”라는 경고장입니다.
- 상대방의 ‘출원일’ 확인: 키프리스에서 상대방이 언제 상표를 냈는지 확인하세요. 혹시 내가 장사 시작한 날보다 늦진 않은지 봅니다.
- 선사용권 확인: 만약 상대방이 등록하기 훨씬 전부터 내가 널리 알려진 맛집이었다면, ‘선사용권’을 인정받아 가게 이름을 계속 쓸 수 있는 예외 조항도 있습니다. (단, 입증이 까다로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합니다.)
- 협상: 간판을 내리는 비용보다 합의금(로열티)을 주는 게 싸다면 협상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가게 이름은 사장님의 ‘퇴직금’입니다
건물주가 월세를 올려서 쫓겨나면 인테리어와 권리금은 다 날아갑니다. 하지만 ‘상표권’이 있다면, 사장님은 그 브랜드를 들고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손님들은 간판을 보고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50만 원이 아까워서 미루지 마세요. 5년 뒤 사장님의 가게가 대박 났을 때, 그 50만 원은 수천만 원의 가치로 돌아옵니다. 지금 당장 키프리스를 켜는 것, 그것이 내 자산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